2020년 5월 20일

어릴 때의 성장이란 보통 신체적 성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체적 성장에 관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히 운동하고, 충분히 자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것들마저 사실상 부모님에 의해서 많은 부분 통제되므로, 인생의 초반기에 성장은 그저 시간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성장이 단순히 신체적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성장은 20대 안에 끝나게 되고, 그 뒤엔 노화만이 남는다. 그러나 그 외의 영역, 예를 들어 정신적 성장이나 특정 능력의 성장은 거의 평생에 걸쳐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삶의 질, 행복, 성취, 의미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생 초반기의 신체적 성장은 나머지 영역의 성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신체적 영역 외의 나머지 영역에서도 성장은 그저 시간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이것을 일찍 깨달았다. 대학 입시를 수능 점수에만 맡기는 것에는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는데, 단점은 그것이 대단히 불리하다는 것이고, 장점은 그것이 성장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했던 고민은 대부분 수능 문제해결능력의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에 관한 두 가지 일반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둘은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양립 가능하다. 진정한 베테랑에게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떤 것이든 잘못될 수 있다는 의심이 함께 발견되는 것처럼 말이다.

첫째, 느린 것이 빠른 것이다.

누구나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멀리 가고 싶을수록 가까운 곳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더 높은 산을 오를수록 정상에 대한 생각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어떻게 잘 내디딜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수능을 준비할 때, 나는 특정 과정이나 강의를 따라가지 않았다. 나는 다만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을 나열한 뒤, 가장 중요한 것부터 꾸준히 지워나갔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과연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봤자 고작 10% 정도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 아닐까?

사실 10%야 말로 엄청난 수치이다. 왜냐하면 매주 10%씩 성장했을 때, 약 7주면 원래 능력의 2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은 간단하다. 초기 능력이 i일 때 매년 $\alpha$배만큼 능력이 더해진다고 하면, $i\times(1+\alpha)^t = 2i$ 은 $t$년 뒤 능력이 2배로 향상되었음을 나타낸다. 양변 모두 양수임이 자명하므로, 양변 모두를 i로 나누고 $\ln$을 취해도 등식은 성립한다. 즉 $t\times\ln(1+\alpha) = \ln2$ 이다. 이때 $\ln 2 \approx 0.69$이고, 테일러 근사에 의해 $\ln(1+x)\approx x$ 이므로 $t\times\alpha \approx 0.69$ 이다. 즉, $x%$씩 $69 \over x$번 늘어나면 약 2배가 되는 셈이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i\times(1+\alpha)^t = 2i$

$\Rarr(1+\alpha)^t = 2$

$\Rarr t\times\ln(1+\alpha) = \ln2\enspace(\because\medspace(1+\alpha)^t > 0)$

$\Rarr t\times\alpha \approx 0.69\enspace(\because\medspace\ln x\approx x,\enspace \ln2\approx 0.69)$

둘째, 빠른 것이 더 빨라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다양하게 공부할수록 현재 상태가 앞으로의 성장 속도와 밀접한 관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을 설명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첫 번째 길은 Richard Hamming의 You and Your research라는 강연에서 언급되었다. "더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되고,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며,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기회는 더 많아진다." 두 번째는 좀 더 당연한 이야기인데, 현재 상태 자체가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속도 및 학습능력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관해서는 조던 피터슨 교수의 토론토 대학에서의 강의 영상의 초반부에도 언급된 바 있다. 해밍은 후천적인 노력, 피터슨 교수는 일반 지능의 관점에서 이것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둘 중 누구의 주장이 얼마만큼 맞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재 자신의 상태가 평균 이하라면, 뭔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성장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은 매우 작을 것이다.

초기 값 1년 뒤 2년 뒤 3년 뒤 ...
$i$ $i\alpha$ $i\alpha^3$ $i\alpha^7$ ...
$xi$ $i\alpha x^2$ $i\alpha^3x^4$ $i\alpha^7x^8$ ...

위 표는 성장속도가 현재 능력에 정비례할 때, 초기단계의 $x$배 만큼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벌려지는지 나타낸 것이다. 초기의 $x$ 배의 차이는 $n$년 뒤, $x^2\raisebox{0.76em}{\scriptsize n}$ 배의 차이로 이어진다. 즉 초기에 A가 B보다 초기에 10% 더 잘한다면, 3년 뒤에는 2배 더 잘할 것이다.[1]

위와 같은 계산은 성장에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배제하였기에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의미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프로그래머가 실제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전 대략적인 최고차항의 곱만으로 실행 시간을 예측하는 행위가 프로그램에 대한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하듯이,[2] 이러한 계산이 추상적인 대상인 성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무의미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어쩌면 이 계산은 현실과 그다지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트리니티 핵실험에서 충격파가 몰려올 때 던진 종잇조각의 변위만을 보고 예측한 위력 역시 실제값에 상당히 근접했으니 말이다.[3]


  1. 앞서 증명한 내용을 이용하면 굳이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를 알 수 있다. $69\over10$ $\approx 8$ 이기 때문이다. ↩︎

  2. 존 벤틀리 -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칼럼7 : 봉투 뒷면에 하는 간단한 계산 ↩︎

  3. 실제 위력은 20~22킬로톤, 페르미가 추정한 위력은 10킬로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