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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크게 바꾸려면 비현실성이 필요하다.

‘제로 투 원’1의 저자이자 성공한 기업가, 투자자인 피터 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어떤 10년짜리 계획이 있다면, 그것을 6개월 안에 해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 이야기를 ‘타이탄의 도구들’2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 나는 어떻게 하면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 여러 면에서 나아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 속도로는 내가 원하는 지점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던 중 듣게 된 피터 틸의 질문은 흥미로웠지만, 이것을 뭔가 행동으로 옮길 방법이 무엇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수능을 준비하던 때가 떠올랐다. 수능을 준비하는 야망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질문이 있다. “하루 12시간 공부하면서 이거저거 하면 6개월 안에 수학 가형 고정 1등급 가능?”과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이런 질문은 너무나 달콤한데, 왜냐하면 이 질문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보면 무엇이든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길어 보이기도 한다.

예상했겠지만, 이러한 계획은 대부분 실패했다. 어떤 이는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리고 그 이유는 비현실성 때문이라고 진단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피터 틸의 질문을 듣고 나니 꼭 그렇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즐겨하는 질문이 단지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비현실성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떤 일을 하는데 너무 적은 시간을 할당하는 것이 문제일까? 하지만 정말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실패해본 사람들은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계획은 유연하게 수정하면 그만, 수정된 계획도 여전히 자신을 채찍질해주는 야심 찬 계획이다. 문제는 그것을 실행하느냐 마냐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야심 찬 계획은 그 계획의 비현실성이 아니라 실행력의 현실성 때문에 실패했던 것이 분명하다. 계획은 변했지만, 계획을 세운 이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피터 틸의 질문은 나에게 야심 찬 계획을 세우던 고등학생 때의 감각을 되찾기를 요구한다. 물론 이번에는 그에 걸맞은 실행력을 가지고 말이다. 지킬 수 있는 계획 세우기를 목표로 하는 것은 하루하루를 적당히 관리하는 데에는 주요할지 몰라도 압도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지는 못한다.

정말로 많은 것을 성취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계획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실행력이다.3

  1. Zero to One 

  2. Tools of Titans 

  3. 실행력이라는 주제만을 다루는 글은 아니지만, 이에 관해 생각해볼 만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글이 있어 함께 소개한다. Cultivate Teams, Not Ideas